지금처럼 프랜차이즈 빵집이,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동네마다 골목마다 있지 않을 때는 빵집과 슈퍼들이 있고는 했다. 요즘에는 ~브레드, ~베이커리, 각종 외래어 등을 사용하여야 요즘 빵집이라는 인식이 있는 반면 예전에는 ~제과, ~빵, ~당 이런 표현으로 빵집을 운영하고는 했다.
이번 글에서는 옛날 빵집의 의미, 매력, 옛날 빵집 추천을 하고자 한다.
- 어떤 빵집이 옛날 빵집일까?(옛날 빵집의 자격)
- 전국 유명 빵집은 옛날 빵집일까?
- 옛날 빵집 추천, 동네 빵집 추천
1. 어떤 빵집이 옛날 빵집일까?(옛날 빵집의 자격)
1) 옛날 빵집의 필수 메뉴
옛날 빵집의 필수 단골 메뉴는 소보로빵(소보루빵 아님, 그치만 소보루도 정감이 감), 하얀크림빵(땅콩크림빵), 슈크림빵, 단팥빵, 찹쌀도너츠류, 피자빵, 고로케, 맘모스빵,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운 버터생크림케익 등이다. 최소 위 메뉴들은 판매를 해야 옛날 빵집이라는 명패를 달 수 있다. 추가적인 메뉴도 물론 더 있을 수 있지만 위 메뉴 중 8개 이상은 있어야 그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아마도 그 옛날 제빵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만들 줄 알아야 했던 빵들이 아닐까 싶다.
2) 옛날 빵집의 가격
과도한 빵플레이션으로 인해 지나치게 비싸진 빵 가격. 밥보다 비싼 경우도 많은데,
옛날 동네 빵집은 주로 사장님이 제빵사이면서 카운터인 경우가 많아 인건비를 한 번 줄이고, 기껏해야 제빵사 한 명 더 쓰는 정도에서 일거리를 나누며, 보통 배우자나 자녀가 카운터나 매장 관리를 시시때때로 혹은 전담으로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아 인건비를 두 번 줄인다.
그리고 원료의 질과 양에 대한 적절한 균형, 박리다매 형식으로 많이 팔아서 남기는 전략 등을 이용하여 요즘 일반 빵집보다는 저렴한 가격 포지션이 있다. 심지어 어떤 가게에서는 몇 개씩 묶어 0000원으로 팔기도 한다.
원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추후 빵에 들어가는 주원료들에 대해서도 글을 쓸 예정이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나만의 빵 스토리 계획)
3) 옛날 빵집의 최소 시간
몇 십 년 전부터 동네의 상가 1층, 시장의 한 켠에 문을 열어 오랜 기간 그 자리에서 별 다른 인테리어나 품목의 변화 없이 비슷하게 유지해 오는 곳은 그 자체로 옛날 빵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작년에 오픈한 이러한 콘셉트의 빵집은 옛날 빵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일부러 허름한 간판과 예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민 그러한 빵집이 있다면 말이다.
개인적으로 앞에서 언급한 빵의 메뉴와 가격을 유지한다면 옛날 빵집(혹은 옛날이라는 말이 모순이 있다면 동네 빵집)이라고 불리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빵집만이 주는 매력과 맛이기 때문이다.
4) 옛날 빵집의 정서, 허용 범위
우선 옛날 빵집의 규모는 클 수가 없다. 애초에 동네에서 동네 장사를 하기 위해 영업을 시작한 빵집이 무슨 이유로 클 필요가 있겠는가. 임대료가 조금 저렴한 곳이라면 두 영역 정도를 터서 운영하였고, 보통은 한 칸 정도의 크기에서 빵 만드는 공간과 한 바퀴를 두른 빵 진열, 그리고 공간 가운데 펼쳐진 빵들이 전형적인 옛날 빵집의 정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시장 같은 곳에서는 왔다 갔다 하는 길가에 빵들을 쌓아두고 파는 경우도 있다.
2. 예전부터 내려오는 전국 유명 빵집은 옛날 빵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국적으로 유명한 빵집들이 있다. 서울 태극당, 대전 성심당, 전주 풍년제과, 광주 궁전제과, 목포 코롬방 빵지 순례를 떠난다고 하면 반드시 나오는 곳들이다. 위 조건에 의하면 1), 3)을 충족하지만, 보통 2), 4)를 충족하지 못한다. 그런데 2), 4)는 어쩌면 1), 3) 보다 훨씬 더 중요한 옛날 빵집의 조건이며 자존심이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이러한 빵집들은 그분들의 의도와 별개로 이미 상업화된 지 오래며, 더 이상 옛날 빵집의 명색으로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다. 인테리어를 고풍스럽게 한다고 한들, 제품 디자인을 예전 폰트와 느낌을 살린다고 한들 이미 상업화되어 버린 유명 빵집은 아무리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더 이상 동네 빵집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동네 빵집에 외부인이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 사람은 그 지역의 동네 빵집을 가면 대략 비슷한 빵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빵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_ 군산 이성당
빵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 전국 유명 빵집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군산 이성당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제외한 이유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빵집이지만 그래도 옛날 빵집의 명목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성당이기 때문이다. 가서 먹어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군산 이성당의 빵은 특별하지 않다. 그렇지만 그 빵집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주인분의 역사, 그리고 가격은 이성당이 옛날 동네 빵집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도 이성당(1945년)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옛날 빵집도 이성당인 것이다.
3. 옛날 빵집 추천, 동네 빵집 추천
앞서도 잠깐 말했지만, 옛날 빵집, 동네 빵집은 그냥 동네에 있으면 그곳이 곧 옛날 빵집이다.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옛날 빵집 가운데에서도 조금 더 그 맛과 멋을 더하는 곳이 있을 수 있기에 몇 군데를 추천한다.
1) 독일빵집
독일빵집, 독일이 그렇게 빵으로 유명하지도 않은데 왜인지 스페인빵집, 우크라이나빵집, 심지어 스위스빵집이라는 이름보다 더 신뢰가 가는 독일빵집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연희동의 독일빵집. 앞서 말한 조건들을 충족하는 곳이다. 연희, 연남에 꽤 많은 빵집과 베이커리가 있음에도(바로 근처에 피터팬 1978이 있다. - 피터팬 1978도 기간으로 보면 옛날 빵집이라고 할 수 있으나, 조건 2), 4)에서 역시 부족하다.) 옛날 빵집만의 매력으로 오늘도 빵을 만들고 있다.
2) 고려제과
서울에 고려제과가 몇 개나 있을까? 내가 가본 곳만 5곳이다. 처음에 어쩌면 동부고려제과를 따라 만든 곳일 수도 있고 조선보다는 고려가 좋아서 만든 곳일 수도 있고, 연세보다는 고려가 좋아서 만들 수도 있지만 고려제과라는 곳은 오래되었거나 오래된 듯한 콘셉트로 갖는 그러한 동네 빵집이다.
망우동에 동부고려제과, 신림동의 고려제과, 동묘의 고려제과(이곳은 콘셉트), 온양온천의 고려제과, 제기동 근처에서 가본 고려제과
3) 빵굼터
빵굼터는 체인의 형태를 갖춘 곳이지만, 시장 근처의 빵굼터는 옛날 빵집의 테마와 (생각보다는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가격을 유지하는 곳이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빵굼터에 들어가 빵을 고르는 모습을 볼 때면 괜히 내가 다 마음이 좋고 편하다. 소화가 잘 되셨으면 하는 마음까지도..
4) 시장 빵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동네 시장에는 늘 빵집이 있다. 시장길 한가운데를 지나다 보면 빵 냄새와 외부에 진열되어 있는 포장도 따로 되어 있지 않은 그런 빵들,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몇 개씩 담으면 무심하게 비닐봉지에 담아서 주는 시장 빵은 그야말로 옛날 빵집의 한 형태이다. 옛날 도넛류나 크림빵, 소보로빵 등이 주 메뉴이다. 특히 퍽퍽한 생 도넛이 어릴 적부터 그렇게 좋았더랬다.
세련된 인테리어, 최근 공법을 적용한 베이커리, 유행을 타는 빵들, 귀엽고 보기 좋은 디저트, 좋은 재료로 최상의 맛에 도전하는 빵들도 물론 애정하고 좋아하지만 가끔은 이러한 옛날 빵들이 주는 매력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리고 너무 변하지는 말고 그 자리에서 잘 되어서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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